'교육'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0.19 나래수업
  2. 2009.09.30 교육연구소 PINY_스크랩 1
  3. 2009.09.24 독서지도의 참뜻
  4. 2009.07.09 책 만들며 크는 학교

나래수업

memo/자화상 2009. 10. 19. 00:22

나래수업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대학생이었고, 야학과는 조금 다른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래수업은 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이면서, 대학생인 우리가 다양한 사람과 사회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나래수업을 하기 위해 조직적인 활동을 보여 왔습니다.

특정 보육시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수업 대상인 아이들을 선정하여 당시 활동회원 별로 반을 구성했으며, 회원 각자의 재량에 따라 4인 안팎의 소학급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수업 전후마다 교무회의를 통해 서로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과의 수업을 준비했고, 아이들과의 시간이 의미 있었는지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초등학생 아이들의 수업이 가장 원활했고, 학교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기초적인 언어, 수학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낱말놀이부터 수학퍼즐, 동화책 연극까지 다양한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활동회원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언제나 산만하게 도망다녔고, 시설관계자들은 아이들의 성적을 끌어 올리지 못하자 봉사를 한답시고 맨날 모여서 같이 놀기만 한다고 불평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활동회원들은 만만치 않은 대학생활과 더불어 수업재료나 여러가지 관련 행사까지 챙기느라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시설관계자, 그리고 나래 회원들 자신조차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동아리활동이 힘겹게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저는 모두가 주어진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대로 모든걸 다 해내려고 애썼고, 주어진 것 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했고, 주어진 길로 허겁지겁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교육부장이었던 저는 이랬습니다.

'내 앞에 주어진 대로 일을 하면 기계획서, 월계획서, 수업일지.. 각 월별 기별 평가서까지 (선배들이 해왔던 그 많은 일들을) 다해야 할거야. 그리고 적당히 해오던 버릇대로 회의하고 수업하면 그만일까?'

한편으로는 아주 쉬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거죠.

 

그 때 우리는 지금까지 주어진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나래수업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왜, 하는 걸까? 우리는 어떤 나래수업을 하고 싶은 걸까?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회의시간마다 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수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독서지도와 특성화수업이 그렇게 꾸려진 우리들의 나래수업입니다.

 

독서지도는 "어린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통해 근본적인 이해능력을 키운다"는 목적에서 출발했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활동들 자신이 독서지도사가 되기 위해 체계적인 자료조사 및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특성화 수업은 "선생님 스스로가 취미로 삼거나 익히고 싶은 분야를 아이들과 함께 익히고 경험한다"는 목적을 두고 준비된 수업입니다. 아무래도 활동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수업을 경험하게 되면 준비하는 과정도 보다 즐겁고 의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훗날, 저희가 만들었던 그 나래수업도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았을 때 저는 그것들이 저와 동료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우리들의 진짜 나래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통해 변화하는 것, 즉 더 나아지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이해하는 것,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사람을 구제하는 것까지 이르는 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과정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포기 하거나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매사에 너무 진지해진 나머지 사소한 일을 두고도 무엇이 옳다, 그르다 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모두가 옳았던 거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만큼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어쨌든 여러분 스스로가 나래수업을 통해 교육활동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매우 큰 일이니까요.

- 30주년 나래창립제때 후배들에게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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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의 참뜻

memo/꿈 2009. 9. 24. 15:47

독서지도의 참뜻

책은 오롯이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그래서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나 평가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때론 한 사람이 같은 책을 읽을 때도 서로 다른 느낌을 얻게 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의 감정이나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이의 경우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바로 `어른'이다. 책을 골라주고 사주는 사람도 어른이고, 학교나 학원에서 어른들과 함께 수업을 받기도 한다. 때때로 책을 놓고 아이들을 만난 어른들이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더라, 혹은 싫어하더라' 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다른 책일 때도 있지만 때론 같은 책이라도 아이들의 다른 반응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가만 살펴보면 아이들이 어른들의 반응을 따라가는 걸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만하다. 그 책을 재미있게 본 어른은 아이들과 그 책을 볼 때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할 테고, 재미없게 본 어른은 별 재미없이 이야기할 가능성이 아주 많으니까 말이다.

요즘처럼 독서지도가 유행(?)할 때면 어른들의 영향이 더욱 커진다. 독서지도란 원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책이 아이들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하지만 `지도'라는 말의 무게 때문인지 `독서'보다는 `지도'가 중심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업이 잘되고 못되고의 기준은 선생님의 수업 계획대로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었는가 여부로 결정이 되곤 한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의 처지마다 다른 느낌을 갖는 게 정상인데 수업 계획에 따라 한 가지 방향으로 토론을 이끌고 글을 쓰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독서지도 사례집에 실린 아이들 글에는 선생님의 수업 계획은 있지만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땐 독서지도가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냥 `지도'의 무게는 빼고 `책을 읽고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오른발 왼발(http://www.childweb.co.k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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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과 유럽권에서는 19세기 이래로 북아트(Book Art)라는 장르가 정착되었고, 오늘날에도 그 전통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북아트란 '수공예 책을 만드는 예술 분야'로, 책을 제작하는 초기 작업(종이 만들기)부터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완성하는 마무리 작업까지 책의 전 과정을 전부 인간의 손으로 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을 아동교육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북아트 프로젝트(the Book Art Project)'로서, 책 만드는 과정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한 것입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책만들기 활동을 NC(National Curriculum:국가 교육 과정)의 하나로 채택하여 일선 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정규 교과 활동에 포함되어 있고, 박물관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만들며 크는 학교'에서는 영국의 북아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를 한국의 교육 현실에 알맞게 재창조하려고 합니다. 특히 북아트 프로젝트를 영국의 국가 교육 과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던 폴 존슨(Paul Johnson)의 이론을 그 근간으로 합니다.

폴 존슨은 1986년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아이들과 함께 책만들기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http://makingbook.net/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으면 아주 멋진 일이 생긴다. 그것은 책으로 여행하는 첫 발자국이 된다.

― 폴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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