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금요일 밤 서울 지하철 풍경은 이렇다.

 

한 젊은이가 신발이 벗겨진 채 승강장 의자 밑에 뒹굴고, 그 옆에 공무원들은 들 것을 꺼내들고 있었다.

전동차에 올라타 줄줄이 앉아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고, 그중 어떤이는 끝없이 까칠한 음성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또 내 옆에 선 나이든 사람은 허공에 악을 쓰며 욕을 해대고 화를 내고 심지어는 나를 노려보고 있다. (요즘 혼잣말을 하는 사람과 자주 마주치는데 좀 섬뜩한 느낌이다.)

 

그리고 어떤 점잖은 사람은 전화 너머에서 다그치는 누군가에게 피곤하다는 듯이 대꾸를 해주고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들만 보고있는 건지 몰라도 이렇게 밤 중에 탄 지하철이나 버스는 온통 지쳐 있거나 화를 내고 있다.

 

그래도 내가 저들 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그들처럼 집으로 향했다.

Posted by drawingAn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