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비

memo/자화상 2012. 3. 23. 10:33
봄비가 내리고 있다.
내 방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빗물이 흐르는 모습이 잘 보인다.
그리고 내 방에는 배수관이 숨겨져 있어서 비오는 소리가 잘 들린다. 
뭔가 조그맣게 속삭이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 아침에는 빨래를 하다가 전통문화를 간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해도 나는 일본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까지도 계승되고 지켜지는 일본의 전통 문화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랜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쌓아온 경험과 생각의 결정체다. 그 속에 담겨있는 철학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경한다.
Posted by drawing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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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큼직한 종이상자가 있다. 
 
오래 전에 받았던 편지나 교환일기, 연극할때 썼던 노트와 일기장을 모아서 넣어둔 추억상자 같은 것이다.
2011년을 보내는 마지막 하루, 뭔가 새로운 바람으로 이 상자를 열었다가 10대를 마치며 내가 나에 대해 쓴 글이 있어
여기에 적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연극반 동기들과 연극 한편을 올렸다.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대본도 직접 쓰고 우리끼리 재미로 시작한 일이라 엉성한 구석이 많았지만 그래도 처음해보는 일이니까 두려울 것 없었던 공연이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나는 세가지 꿈을 위해 20대를 보냈다. 연극배우, 부모님의 행복, 세상을 바꾸는 일...
연극배우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고, 부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인이 되기 위해
전문직을 택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찾아가는 중이다. 앞으로 어떨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은 생애 동안 내가 이 꿈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1999, 졸업연극 "교실로 날아든 풀씨" 대본집에 적은 인물분석 : 아름

양갈래머리를 좋아하던 아이, 다른 애들의 눈은 신경쓰지 않았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길 원했다고 하지만 그 보다는 꿈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미쳐보고도 싶었다. 가만히 정체되어 있는 걸 두려워 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그런 생각이 강했다. 다중성을 띤 아이다. 자신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 했다. 그래서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게 빠져드는 편이다. 진실함을 좋아한다. 무대를 좋아하며 연극반에서는 유난히 자신감을 가진다. 무척이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속이 복잡단순하다. 유치한 것을 좋아한다. '달'을 좋아하고 '어린왕자를' 동경한다.
'여성스럽다'거나 '새침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조심성 없이 단순하다.

 
1999, 졸업연극 아름의 마지막 대사.
어린왕자는 집을 떠났어. 아주 작은 별을 떠나 긴 여행을 했지. 
나에게도 별이 있었어.
거기에는 나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있었지만, 난 그들이 작은 별에 나를 가두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내 꿈을 찾아 별을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어.
오직 나만의 꿈을 지킬 거라고 악을 쓰며 부모님을 외면하려 했어. 엄마의 외로움, 아빠의 고독....
하지만 이제 알았어. 어린왕자가 왜 다시 작은 별로 돌아가야 했는지...
내가 찾는 꿈은 어디에 있는지. (나를 가리키며) 내 꿈은 이 속에 있어.
연극배우가 되고싶은 꿈도.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 꿈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은 꿈은... 세상을 바꿀거야.
누군가 그랬어. 하루 중 15분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냐구? 자신감이라는 건 내가 가지는 거야. 내가 가지면 누구도 그걸 뺏을 수 없어. 
Posted by drawing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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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1.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그리는 건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말로는 행복하고 즐겁다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한다.
과거와 오늘을 비교할 수 있을까? 얻은 만큼 잃었고, 또 잃은 만큼을 얻은 건 아닐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나는 내가 원하는 그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있는 자리가 나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면, 나는 오로지 그만큼의 사람 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2.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고뇌하고 있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살았던 삶을 그리면서 죽지도 못하고 생각을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열매가 맺혀줄까? 열매가 있기는 할까?

3.
요즘은 오래된 친구들이 그립다. 낯선 이들을 만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점점 외로워진다. 놀이는 내가 좋아하는 그 놀이인데 함께 하는 이들은 모두 낯설다. 
그 순간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피곤하다. 사람들과 억지로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냥 내 나름대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순간에는 이게 나를 위한 건가 싶어 고민할 때가 있다.

4.
기도하자. 열매를 맺는 건 내가 아니라, 나는 그저 작은 씨앗 역할을 다 할 뿐이니... 오직 내가 구할 것은 오늘 뿐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 하자. 
Posted by drawing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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